모의
김귀희
마당에 찾아온 삼월을
마구 할퀴던 꽃샘 바람
고양이처럼 잠든 틈에
음달이 봄비를 불렀다
겨우내 품고있던 풀씨
연녹색 단장해서 내밀었다
벌겋게 얼글 튼 울타리 아래
실날같은 새순이 올라왔다
봄비가 성화를 부린 통에
풀씨가 바쁘게 싹을 터트렸다
봄비 돌아가고
갑자기 마당에 봄이 흐드러진 이유이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