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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지대- 김후곤
지지대
김후곤
"완두콩, 지지대를 세워주어야 해요!"
누군가가 말한다.
고추와 가지에는 내 키만한 지지대를 세워준다.
오이는 가로로대에서 그물망을 내려뜨려 덩굴손이 잡고 위로 오르게 한다.
토마토는 휠씬 더 큰 지지대를 필요로 한다.
지지대대를 세워주지 않으면 바닥에 주저 앉거나 열매가 작아진다.
'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.'
누구나 의지할 곳이 있어야 뮈슨 일이든 시작하거나 이룰 수 있다고 속담은 중얼거린다.
내 삶에도 비빌 언덕이 있었다.
부모가, 선생이, 친구가, 선후배가, 식구들이, 그리고 슬쩍 지나친 그 누구이기도 하고.
나는 누구의 지지대였을까.
지금은 누구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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